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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읽기 _ 무라카미 하루키 저

by 비주얼페이지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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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노력하는 삶에 대하여

1초마다 7권이 팔린다는 『1Q84』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최근 몇 년 간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이번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그가 35여 년간 소설가로서 살아온 여정에 대해 쓴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총 8회 구성으로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소설가가 된 계기, 소설가로서 살아온 삶의 단면, 소설가로서 그가 해온 노력, 사회문제에 대한 단상 등 주제가 폭넓다.

작가로서 하루키

저자는 작품에 대해 풀어놓기보다는 소설가가 갖춰야 할 자질을 곳곳에서 설명하고, 그것들을 갖추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상당 부분 할애한다. 그는 "개개의 작품의 완성도나 평가에 대해 말하기보다 오히려 그런 전반적인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나로서는 더 즐겁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구체적인 보람도 있습니다."(P.170)라고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에게 필요한 태도를 이렇게 말한다. 먼저 자신의 밑바닥에 내려가 참된 혼동과 마주하고, "그것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언어화하기 위해"(P. 195)좌절하지 않고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제도화된 의식을 갖추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며 소설가로서 되도록 "만전을 기하며 살아"(p.198) 왔다고 부연한다. 달리기를 꾸준히 했고, 작품을 쓸 때마다 목표를 세웠다. "아직은 잘 쓰지 못하지만 나중에 실력이 붙기 시작하면 사실은 이러저러한 소설을 쓰고 싶다"(105쪽)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해야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했"(167쪽)으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는 어떻게 해도 나오게 되므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집중했고, "시간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예의 바르게 대"(167쪽)하는 태도로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노력해서 구축한 시스템에 그가 가지는 자부심을 독자들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의 철두철미한 작가 생활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독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회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소설을 "남녀와 세대 간의 대립이나 그밖에 다양한 스테레오 타입의 대립을 누그러뜨리고 그 날카로운 칼끝을 완화하는 기능을 가진 것"(P. 280)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개인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전체와의 균형도 중요하다고 밝힌다. '8회, 학교에 대해서'는 그가 사회에 가진 관심과 애정을 볼 수 있는 글이다. 그는 잘못된 목적의식과 효용성을 앞세우는 교육시스템과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효용성과 반대지점에 상상력이 있으며, 아이들이 가진 상상력을 압살 시키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상상력은 소설가의 기본 자질이다. 소설가는 "멀리 에둘러 가는 점에 진실, 진리가 잔뜩 잠재되어 있다"(P. 24)는 것을 믿는 사람이라 강조한다. 이는 미래의 소설가를 위한 그만의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미래의 소설가들은 사회의 틈새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발견의 기쁨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사고체계와 일상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독자들은 대가의 허심탄회한 자기 고백 속에서 인생철학과 따뜻한 격려를 발견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소설과 소설가라는 직업의 의미도 찾는 행운도 기대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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