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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운전은 처음이라

by 비주얼페이지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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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배우고 싶다. 정확히는 두려움을 떨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운전을 배운 건 2010년쯤인 듯 하다. 그 사이 운전면허 갱신까지 했지만 장롱면허로 지냈다. 신혼 때 인근지역에 일이 있어서 도로연수를 받은 후, 두 달 정도 고속도로를 타고 낯선 지역의 골목길까지 다녔다. 그 후 어쩌다보니 운전대에서 손을 놓게 됐고 운전을 못하는 것처럼 지냈다.

몇 달 후 이사를 간다. 3년 전 아파트를 분양을 받기 전에도 요즘 시대엔 운전이 필수임은 깨닫고 있었지만, 애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게 무서웠다. 이 아파트를 분양 받은 이유 중 하나가 이 지역은 차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운전의 계기가 되어준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흘러 흘렀지만 운전은 조수석에 앉아 입으로만 했고,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막상 닥치니 무섭다.


이번 휴가 기간에 신랑과 주차 연습과 도로주행 연습을 했다. 신랑이랑 운전 연습하면 부부싸움 대판한다는데 우린 그럴 일이 없었다. 신랑은 '알아서 할 수 있지?' 그러면서 옆에 앉아 경치 구경만 하고 있었다. 시내 주행연습을 해야 하는데, 자기 편한 해안도로에 가서 주행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주차연습을 할 때도 이상한 원리나 설명해주고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계속 헤매다가 멘붕이 와서 학원에서 연수를 받겠다고 했더니 침묵하는 남편. 하, 답답. 신랑은 이런 상태로는 학원가서 운전 배우나 여기서 이렇게 운전배우나 다를 게 없다며, 운전은 내가 하는 것이라며, 정신 바짝 차려서 해보라고 했다. 그말에 '아!' 현타가 왔다. 정신차려보니 주차가 되더라. 기본 후진주차 하나 익혔다.

차선 변경, 차폭감 익히기, 주차가 문제다. 모든 운전초보들의 공통된 문제이리라. 그러니 유튜브에 운전교습동영상이 넘쳐나겠지. 유튜브도 정말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런데 유튜브 백번 봐도 실전 나가면 멘붕 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멘붕을 막는 방법,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무엇일까? '실전을 연습처럼, 연습을 실전처럼!' 이 마음을 갖고 운전대를 잡지만, 쉽지 않다.

자동차의 원리, 움직임에 대해 일단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학원 강사들이 알려주는 요령이 나는 머리에 쏙쏙 안들어온다. 나는 공부를 할 때도 엄청 비효율적으로 모든 걸 씹어봐야 아는 스타일이라서 운전도 좀 그런 스타일로 익히는 것 같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내가 핸들을 꺽었을 때 차가 얼마나 움직이는지, 내 차의 크기가 얼마정도인지 핸들 한번 돌려서, 차에서 내려서 확인하는 과정 같은 걸 지나가고 싶은데....거의 불가능한 듯. 내가 운전을 너무 어렵게 여기는 걸까. 운전이 나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안전이 달린 문제라서 마음이 가볍게 먹어지지가 않는다.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무엇일까.

2020년 8월 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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